청소년의 자살심리와 희망찾기 406 2010-10-07
청소년의 자살심리와 희망찾기
 
 
 
이 기 춘 (전 감신대 교수,
국제 생명의전화 한국대표,
목회상담센터 원장)
 
 
 
미국적 광고가 등장하기 까지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십대가 어른들의 증오스러운 세계에 포로가 되었다는 일이 없었다.
(Gore Vida, Rocking the Boat)
 

 
내가 어렸을 적에는 시간이 수평선적이고, 발전적이어서 날마다 해마다 기억은 날짜와 특정한 연대가 진솔한 개인의 역사로 알려진 것이었다. 아니면 수직선적인 것이어서 한 사건위에 다른 사건이 차곡 차곡 쌓이는 것이었다... 오늘의 청소년의 시간은 소용돌이가 되어 기억은 관찰하거나 기록할 수 있도록 정리가 되질 않는다. 소용돌이는 발밑의 힘으로부터 촉발되어 각기 다른 시간에 기억을 떠올리게 하므로 “진솔한” 자서전의 존재를 거부해 버린다.
(Janet Frame, To the Island)
 
 
 
Ⅰ. 청소년의 심리와 자살
 
청소년은 인체에다 견준다면 허리부분이다. 청소년은 그 이전단계인 아동기와 그 이후 단계인 성인기와 연접되어 있다. 아울러 청소년은 사회, 문화적으로 파도의 파장처럼 각 세대와 연결되어 있어서 개인과 사회 변화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전체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청소년의 핵심적 문제는 정체성 형성이다. 이를 이해하는데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는 직선적(liner) 또는 변화의 비단계적 관점(non-stage view of change)이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4가지 기질로(점액질, 다혈질, 우울질, 담즙질), 인간 성격의 체격론(body-build: 내배엽성 체격자(endomorphy), 중간체격자(mesomorph), 외배형체격자(ectomorph), 성격소인론(내향성, 외향성), 정신의학적 진단 분류론(비사회적 정신병 환자, 정신분열증 환자, 조울병환자) 등이 직선적 인간 이해의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이론들은 인간 성격의 유형적 소인이 내장되어 있으며 경험의 자극을 받으면 공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왕성한 성장기의 청소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는 발달 이론이 더욱 역동적이다. 1960년대까지 청소년에 대한 발달적 이론은 정신분석적 이론에 근거했다. 이 이론들은 청소년기 자아의 취약성, 충동에 휩싸이는 자아, 습관적 어버이 자아에 의존할 수 없는 혼란의 상태가 근간을 이루었다.
에릭슨(Erik Erikson)은 청소년의 정체성을 사회심리적으로 이해했다. 사회심리적이란 파장을 일으키는 물결처럼 개인과 세대가 연대관계를 맺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청소년의 정체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체성이란 단번에 획득되거나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선한 양심과 마찬가지로 정체성은 끊임없이 상실되고 재획득되며, 후기 청소년기에 더욱 지속적이 되고, 더욱 경제적 방법으로 유지되고 회복되는 일이 발전되고 강화된다(The Problem of Ego Identity, 74).
 
정체성 형성은 시행착오의 과정과 실패와 성공, 수정과 교정의 끊임없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에릭슨은 정체성의 최적 조건은 주관적으로 복지의 감정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복지적 감정의 부수물은 신체내부에 편안한 감정과,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내적인 확신이 예상된 인정을 받는 상태이다.
청소년의 자살은 내부의 복지적 감정과 안전감이 무너지고, 다른 이들로부터 예상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어 정체성이 와해되는 순간의 이탈적 행동이다. 곧 자기와 세계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에릭슨의 어린시절 친구였던 블로스(Peter Blos)는 청소년기를 제2의 개별화 과정(second individuation Process)라고 부른다. 그는 정체성이란 말 대신 성격(character)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성격은 안과 밖으로부터 오는 자극에 반응하므로써 이루어진다. 그는 청소년기의 4가지 성격적 도전을
 
1) 제2의 개별화 과정
2) 아동기 심리적 상처의 극복과 재작업
3) 자아의 연속성
4) 성적 정체성
 
으로 나열한다.
 
블로스는 말러(M. Mahler)의 아동의 심리적 탄생을 청소년기의 심리내면적 재구성에 적용하면서 청소년의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청소년기는 제2의 개별화과정이다. 제1의 개별화는 대상항상성을 성취한 3살 때 이루어진다. 두 시기는 성장을 향한 파장에 어울리는 심리적 구조속에서 변화의 긴박감이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The second individuation process of adolescence, 1963).
개별화는 성장을 향한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다. 이 시기, 특히 제2의 개별화시기는 보호자나 양육자가 담당해 주던 책임을 떠맡음으로 책임감의 증대라는 특징이 나타난다. 함므렛이 편안하게 잠을 자고 싶으나 악몽이 두려워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처럼 청소년기는 유아기적 욕동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하면서 독자적인 책임을 질 수가 없기 때문에 갈등에 빠지게 된다. 욕동을 억압하므로써 인생의 과제를 성취해야 하는 청소년기는 갈등과 고통의 질곡이기 때문에 제2의 개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갈등과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손쉽게 성취하기 위해 자살의 충동을 받게 된다.
케간(R. Kegan)은 청소년기의 정체성을 의미작업(meaning-making)이라고 본다. 그는 삐아제와 콜버그의 인지발달개념을 결합시켜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의미작업은 주체와 객체가 관계를 맺으면서 질적인 재구성을 이루는 것이다. 의미작업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선상에서 구조가 만들어지고, 상실되고, 개혁되는 연속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케간은 자아와 타자가 균형잡힌 관계를 이루는 것을 발전적 휴전(evolutionary truce)라고 한다(The Evolving Self: Problem and Process in Human Development, 1982). 이러한 균형이 이루어 질 때 삶은 의미가 있게 된다. 그는 인간발달이란 재협상된 균형(renegotiated balance)의 연속인데 이것이 건설적-발전적 렌스를 통해 의미를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청소년이 이 재협상에 실패하여 의미를 창출하지 못할 때 자살의 유혹은 받게되는 것이다.
 
 
 
Ⅱ. 청소년의 자살 잠재력
 
세계의 29개국 OECD 국가중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헝가리(인구 10만 명당 24.3명), 핀란드(20.4명), 일본(20.0명), 한국(18.1명)의 통계가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자살증가율에서 한국이 1위(1.0)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의 자살은 사회변인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인명을 경시하는 살인과 폭력으로 콘텐츠를 이어가는 영상매체물, 전쟁, 폭력, 혁명,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는 소용돌이의 문화는 청소년들에게 생명존중의식을 에누리해주고 있다. 특히 제3의 물결시대인 정보통신 시대의 리셋(reset) 증후군도 자살을 쉽게 생각하게 하는 자극이 된다는 이론도 있다. 컴퓨터 작동중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때, 리셋키를 껐다가 켜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자살로 골치 아픈 문제를 삭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착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WHO는 2000년에 자살예방계획(SUPRE)의 논의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자살예상자를 100만명으로 추산한 바가 있다. 지난 45년간의 자살 추이를 보면 노인연령층으로부터 34-45와 15-25세의 연령층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층에게 자살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 병리적 차원보다는 사회변인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03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1990년에는 10-19세 청소년의 자살율이 3대 중요 사망원인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1999년에는 동일 연령계층에서의 자살율이 인구 10만 명당 5.6명으로 교통사고 다음 2위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특징이 아니고, 범세계적인 추세이다. 삶의 질이 높은 복지국가일수록 자살율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낮을수록 살인율이 높다는 세계적 현상은 사회변화와 가치관의 변화와 자살, 타살이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최원기, 박길성, 청소년 자살의 원인 및 예방정책에 관한 국제비교연구, 2002).
2004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03년 한 해의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30명으로 나타났다. 사망원인별로 분류해 보면 60대 이상의 자살율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40대가 실직, 명예퇴직, 신용불량, 사업실패 등으로 가장 높다. 20, 30 대의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29.3명으로 실직, 실업의 암울함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층인 10대, 20대의 자살자가 각각 297명과 1226명으로 타나나 전체 자살자 수의 13.9명을 차지하고 있다. 10-29세의 사망원인 순위로 보면 운수사고(7.3명)에 이어 2위(4.5명)를 기록하고 있고, 20-29세는 자살이 1위(15.2명)을 차지하고 있다.
자살은 15-24세의 연령층의 청소년에게 주요사망원인 중 3번째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1990년대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1990년에는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3대 원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2003년에는 주요사망원인 중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의 미래를 걸머질 청소년의 자살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Ⅲ. 청소년의 자살과 생명존중에 대한 의식
 
2003년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와 서울 생명의 전화에서 전국 남여 중고생 1,126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자살과 생명존중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책임연구자:이시형, 김이영 / 연구자:하상훈, 오승근, 이종익, 청소년 생명존중의식에 관한 연구, 삼성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 2004).
통계에 따르면 ‘생명이 존중되는 편이다.’(30%), ‘존중되지 않는다’(23.1%), ‘그저 그렇다’(46.8%)로 나타났다. 생명존중의식에 나쁜 영향을 주는 사회문제로 청소년들은 물질만능주의 풍토, 이기주의적 태도를 첫순위로 꼽고, 인터넷의 잘못된 사용, 집단이기주의,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을 그 다음으로 꼽았다. 이들은 생명존중과 관계된 심각한 사회문제로는 강도, 살인 등의 범죄를 꼽았으며, 성폭력, 성희롱, 자살 및 자살사이트, 장애인차별, 테러, 전쟁순으로 서열을 매겼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들은 범죄, 여학생들은 성폭력, 성희롱을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았다. 이러한 통계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여진다.
생명존중활동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저 그렇다’가 56.2%, ‘매우 관심이 많다’는 0.7%, ‘관심이 있는 편이다’는 21.3%, ‘전혀 관심이 없다’는 4.8%, ‘관심이 없는 편이다’는 17.0%로 나타났다. 통계는 약 21.8%가 생명존중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생명존중에 관해 교육을 받은 배경을 물어 본 결과 응답자의 77.1%가 학교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교육받은 내용은 ‘낙태의 위험성’ 43.8%, ‘생명존중교육’ 10.4%, ‘생명의 의미’ 7.3%. ‘안락사’ 5.1%, ‘자살’ 2.5%의 순이었다. 이 통계는 자살예방교육이 가장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자살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식도 생명존중에 대한 의식과 유사하다. ‘사람은 살 권리가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 찬성 27.7%, 반대 36.8%. 미결정 35.4%였다. 이 응답은 놀랍게도 자살에 대한 정당성이 높게 나타났다.
‘자살은 절대로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 41.8%, 반대 20.1%, 미결정이 20.1%였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문제이다.
‘자살시도는 충동적인 행동이다’라는 질문에 대해 73.7%가 동의했고 반대는 19.4%, 미결정은 16.9%였다.
‘자살은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 29.3%, 반대 48.7%, 미결정이 22.0%였다. 이는 자살의 배후에는 환경적 조건이 작용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보여진다.
위의 조사연구에 나타난 통계수치는 청소년들의 교육과정에 자살예방 교육이 아직도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가정, 지역공동체가 입체적으로 생명존중과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하기 위한 교육과 지원체계, 사회조직망을 체계화해야 할 필요성을 이 조사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Ⅳ. 청소년들의 자살원인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희망찾기
 
청소년들의 자살원인은 개인력, 가족력, 정체성의 와해, 사회문화적 변인관계 등의 다양한 시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발달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의 자살 특성은 정신질환적 표현보다는 충동적이거나, 수용할 수 없는 스트레스, 부당한 대우에 대한 보복적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충동적 자살은 정말로 삶을 끝내려는 의도보다는 위기탈출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라는데 그 특징이 있다.
자살원인을 대별하면 개인심리적 요인, 사회환경적 요인, 정신질환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들의 개인심리적 자살요인은 갈등이나 과제로부터의 도피, 상실에 대한 분노적 반응, 정체성의 손상들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들의 사회 환경적 자살요인은 중요한 인물의 상실, 가정불화, 경제문제, 성적부진, 진로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의 정신질환적 자살요소는 심리적 부검을 필요로 하는 정동장애, 행동장애, 경계선 인격장애를 꼽을 수 있다.
1989년 문교부 자료(조선일보, 1989,9,19)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살동기 중 가정불화(39명), 부모의 질책(20명), 신체결함 및 신병비관(15명), 빈곤(12명), 염세비관(12명), 결손가정(19명), 성적불량(7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1991년 박동철의 1981-1990년 사이의 동아일보에 기재된 411명의 청소년과 20대 후반의 자살자 연구를 보면 정서적 문제, 학교문제, 경제적 문제의 순으로 나타났다. 1997년까지의 종합일간지에 나타난 청소년 자살자 137명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남자청소년의 61.6%, 여자청소년의 66.6%는 학업문제가 우선순위였고 그 다음으로 정서적 문제나 비관이 문제가 되었다.
임상적으로 자살을 연구한 신의진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시도자의 90%가 우울증이 있었고, 비행장애(conduct disorder)가 50%에 달했다고 한다(국무총리 청소년보호위원회,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센터, 청소년 자살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2003). 서동우의 연구에 따르면 15-69세 국민의 50.4%가 가끔 우울하고, 5.5.%는 항상 우울하며, 35.4%(1,280만명)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16.8%(607만명)는 지난 1년 중 자살을 생각했고, 4.3%(155만명)는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이 있고, 1.7%(61만명)는 지난 1년 중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했었다고 한다(한국자살예방협회, 우리사회의 자살문제, 그 해결을 위한 새로운 도전, 2005). 이러한 통계는 IMF사태이후 우울의 바람이 국민의 전 연령층을 파고들어 자살의 잠재요인이 되고 있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우울과 절망에 대한 대안은 희망이다. 희망은 절망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할 때 나타난다.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은 ‘희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한다(T.런연, 이기춘 옮김, 몰트만과 실천신학, 1993). 아이러니칼하게도 절망의 현상인 우울증은 잘못된 희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부풀린 자아나 과장된 기대로부터 나오는 희망은 쉽게 우울증으로 변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은 성취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절망으로 변한다.
인간은 필연성(mecessity), 자유(freedom), 가능성(possiblity)이 결합된 존재이다. 나의 조건과 환경은 필연적인 것이다. 자유는 지금 여기서 필연성과 가능성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가능성은 기대의식(anticipatory consciousness)을 갖게 해준다. 희망은 과거(필연성), 현재(자유), 미래(가능성)를 아우르는 그물망이다. “인간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고, 새로운 것에 개방되어 있으며, 가능성에 도전할 때 건실한 인생을 배운다.”(D. Meeks, The Origins of the Theology of Hope, 1984).
희망을 잃어버린 우울한 사람은 특정한 시간 속에 갇혀서 미래의 시간과 인연을 끊어버린다. 번즈(D. Meeks, The Origins of the Theology of Hope, 1984).
희망을 잃어버린 우울한 사람은 특정한 시간 속에 갇혀서 미래의 시간과 인연은 끊어버린다. 번즈(D. Burns)는 우울증 징후가 있는 사람은 D자로 시작하는 4개의 단어 곧 패배한 사람(Defeated), 결합이 있는 사람(Defective), 버림받은 사람(Deserted), 박탈당한 사람(Deprived)으로 자아상을 꾸민다고 한다.
철학자 키엘케고르는 절망을 “진정한 자기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not willing to be oneself"이라고 한다. 그는 절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가능성의 절망(depair of possibility)이다. 이는 백일몽을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죽어라고 노력하지만 성취하는 것은 없는 경우이다. 둘째는 필연성의 절망(despair of necessity)이다. 이는 자아가 다른데 눈이 팔려 다른 대안을 찾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희망이 절망에 대하여 투쟁하지 못하면 장님이 될 수 밖에 없다.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찾으려면 기존의 틀을 그대로 두고 시도하는 일차원적 변화(first order change)가 아니라 이차원적 변화(second-order change)를 시도해야 한다. 이차원적 변화를 흔히 새틀짜기(reframing) 이라고 한다. 사물을 거꾸로도 보고, 해체도 해보고, 뒤집고, 속을 털어내 보기도 하면서 전면적인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부풀린 자아 때문에 절망을 그 배신자로 삼게 되는 강요를 받고 있다. 모두가 우수한 성적, 좋은 대학에의 진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한 가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각자 타고난 필연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가 그런 식으로 미래를 선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으로 강요를 받기 때문에 그들의 자유와 가능성은 써먹지도 못하고 동결되고 만다.
키엘케고르의 말처럼 진정한 자기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 절망의 원인이라면 철저하게 자신이 되고, 자신의 가능성을 선택하는 것이 희망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인생은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으며, 곤두박질칠 수 있으며 1등도, 꼴지도 동시에 될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의 훈련이 필요하다. 반드시 성공만이 아니라 인생은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친구로 삼아야 한다는 비단성론적 자기절제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새틀짜기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양한 사회에는 다양한 인간이 필요하며, 인지능력만이 아니라 말아톤의 주인공, 지하철에 뛰어들어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상처를 받는 자발적 손상자, 가장 평범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는 파격적인 가치관, 교육관이 이 땅에 차고 넘치는 완전히 다른 새판짜기의 가치관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사회적 조직망, 생존의 법칙, 교육, 철학, 사회적 관점이 평범한 다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삼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분위기가 활개를 칠 때 불안과 절망으로만 보였던 사실들이 희망으로 느껴지게 된다. 희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활기찬 자기표현, 저항적 에너지의 방향타 조종하기, 가능성이 촉발되는 교육정책 등을 통해 희망이 조명될 때 자살의 충동은 절제되고 통제될 수 있다.
 
 
 
Ⅴ. 맺는 말
 
한국의 자살율 증가는 IMF 사태가 기폭제가 되었다. 이때로부터 시작된 경제적 난국은 40대 가장들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이 위기는 가정해체, 경제파국, 떠돌이 계층을 탄생시켰고, 그 여파는 청소년계층으로 번져가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날에는 40대의 부모인 노인들과 자녀들인 청소년의 자살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부풀린 자아는 절망과 사촌간인 우울증을 불러들여 청소년의 생명줄인 정체성부터 파손시킨다.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서 태어난 정체성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치에서 파생된 정체성은 곧장 절망으로 변신한다. 그 결과는 자유로운 선택을 무산시키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마저 무산시킨다.
희망은 미래의 시간으로부터 다가오는 매력이다. 희망의 징후가 없는 곳에는 절망의 징후가 타나나게 마련이다. 희망에는 유한한 희망(finite hope)이 있고 무한한 희망(transfinite)이 있다. 유한한 희망은 생존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물질적이고 평상적인 것이다. 무한한 희망은 자유로운 선택, 상상력의 활용, 가능성의 폭발을 불러 오면서 인생에는 살맛이 있다는 ‘희망 너머의 희망’(hope beyond hope) 또 ‘궁극적 희망’이다.
청소년들의 희망은 무엇인가? 자산의 삶의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청년기의 이야기-성인기의 이야기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자살은 삶의 이야기를 동강 끊어버리는 것이다.
빅타 프랑클의 말처럼 인간은 살아야 할 이유만 있으면 삶의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곧 희망만 있으면 삶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청소년들에게 만족스러운 조건을 만들어 주고 생명존중을 권장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인류역사에 조건충족은 없다. 오직 사고의 전환이 조건을 충족시킨다. 가정, 학교, 지역공동체의 조직망이 청소년의 자기가 되려는 투쟁에 적극적인 후원자가 될 때 자살은 예방되고,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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